한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게임을 할 수 없다?
지난 4월 2일, 안드로이드 마켓을 서비스 하고 있는 구글이 대한민국 시장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습니다. 현재는 정상적으로 게임을 서비스 하고 있지만, 빠르면 5월 초 해당 카테고리를 삭제하겠다는 공식 입장입니다.
2010년 2월, 전 세계 스마트폰 OS 중 24%를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국내에도 모토로라와 LG전자에서 각각 1종의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을 출시하였고, 앞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지속적으로 안드로이드 탑재 휴대폰을 늘려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안드로이드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은 왜 국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하였을까요?
[전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 (출처 : 애드몹)]
국내에서 출시/발매되는 모든 게임물은 <게임물등급위원회 - 이하 게임위>의 사전 등급분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국내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과 올바른 등급 분류를 통해 청소년들로부터 유해매체에 대한 접근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인데, 지금까지 모든 출시 게임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적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구글은 이러한 국내 법과는 무관하게 <구글의 모든 서비스는 전 세계에 동일한 플랫폼 상에서 제공된다>는 정책 하에 사전 심의 없이 국내에 게임 카테고리를 개설하고 미국 및 다른 국가와 동일하게 게임을 서비스 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게임위에서는 구글측에 기등록된 게임들에 대해 심의를 받아야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마켓에 접근할 수 없도록 IP를 차단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형식상 현재 유통되는 국내 안드로이드 마켓의 게임들은 <불법>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발매 게임들에 대해서 등급을 매기는 주체인 <게임물등급위원회>]
이러한 시정 권고장을 받은 구글 측은, 구글 본사와 지속적인 협의 끝에 결국 국내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하는, 누구도 원치 않는 결정을 내려 버렸습니다. 만약 구글이 정상적으로 게임 카테고리를 개설하고, 여기에 올라오는 모든 게임을 제공하려면 현재 올라와 있는 4천종이 넘는 게임들에 대해 모두 심의를 받아야 하고, 앞으로 올라오는 모든 게임에 대해서도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만 다른 정책을 가지고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에, 구글은 카테고리 삭제 결정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비단 구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달 전 국내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 역시 동일한 결정을 하였습니다.
애플은 자체 유통 채널인 iTunes Store를 통해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서비스 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이 게임 카테고리가 빠져있습니다. 역시 게임위와의 갈등 때문인데, 국내 사용자들은 홍콩이나 미국 계정을 발급 받아 게임을 우회하여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국내 사용자들이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받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부 게임들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를 통해 불법적으로 (일부 게임들은 게임위의 심의를 받아 정식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유포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게임위의 <원칙>을 강조하는 행태가 반드시 바람직 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분명 아이폰의 선례와 같이 국내 사용자들은 해외 계정을 발급받아 안드로이드 게임 마켓의 다양한 게임들을 받아 이용할 것입니다.
모바일 기기의 특성 상 하루에도 수십~수백개의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사라집니다. 그 중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당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매체를 차단하고자 한다는 것이 게임위의 설립 목적이라면, 변화되는 시대에 맞도록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 제작사나 퍼블리셔가 자발적으로 등급을 매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스코트]
구글이 게임 카테고리 삭제라는 극단적인 행보를 취하는 동안, 지난 3월 22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오픈마켓용 게임에 대한 게임위의 사전심의 예외를 위한 고시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오픈 마켓용 게임과 청소년 이용 가능 게임, 그리고 용량이 300MB 이하인 게임들에 대해서 (앞서 설명했던)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등급을 매기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고시안은 현재 국회 계류중인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시장에 적용되기 까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사용자들이 오픈마켓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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