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전용선을 아십니까?
전화요금 때문에 고생하던 까마득한 시절
PC통신을 아십니까?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엔 PC통신이란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데이콤의 시범 서비스 가입자들 중심으로 Empal(Electronic Mail PAL / 전자우편 친구)이란 단체도 생겼습니다. 1980년 후반부터 하이텔, 천리안 등의 서비스가 소개되었고, 나우누리 등이 가세했습니다.
이런 PC통신 시절에는 ‘모뎀’과 ‘전화선’이 필수였습니다. 지금이야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으로 100Mbps니 뭐니 하면서 떠들지만, 당시 초기에는 1200bps 의 느린 속도에도 감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개인이 컴퓨터 한 대와 전화선을 가지고 “전자게시판(BBS)"을 운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통신 프로그램 "이야기"의 추억..
삐~~ 하던 모뎀 소리가 그렇게 정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PC통신 발전의 적은 전화요금?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PC통신은 급격히 발달했습니다. 사설 전자게시판은 점점 줄어들었고, 세상은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으로 재편되는 양상이었죠. 그런데, 그와 함께 '전화요금'도 문제였습니다.
1990년에 접어들면서 한국통신은 ‘시분제’를 도입합니다. 전화요금을 사용한 시간에 따라서 내는 제도로, 그 이전에는 무조건 한 통화에 얼마.. 이런 식이었죠. 즉, 한통화에 30원이면, 끊기기 전까지는 무조건 30원만 내는 식이었습니다. PC통신 사용자들은 이 시절에 끊기지만 않으면 30원으로 밤새도록 통신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한 두번 끊겨도 백원 정도만 더 내면 되니,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분제 직후, 곳곳에서 쫓겨나는(^^) 학생들이 늘어났습니다. 전화요금이 10만원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나온 것입니다. 예전의 기분대로 그냥 밤새도록 PC통신을 한 것입니다.
전화요금 줄이기 대작전
결국, 사람들은 할 일만 하고 빨리 PC통신을 닫든지, 아니면, 10만원이 넘는 전화요금이 더 이상 충격이 가지 않게, 그냥 쭉, 그 요금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사용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3-5만원 선으로 나오도록 절제를 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1995년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도 WWW(World Wide Web /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듯 ^^)의 보급이 시작되었고, 이에 따라서 “전화선 통신”을 통해서 웹을 사용하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느린 모뎀으로 (물론, 당시에는 14400bps /28800bps의 빛과 같은^^ 속도를 자랑했지만)는 웬만한 페이지 몇개 보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했습니다.
회사는 어떻게 했을까요? 전화선을 여러개 확보해서 사용하든지, Sygate등의 통신 공유 프로그램(지금의 인터넷 공유기의 시초)을 이용해서 그 느린 선을 또 공유해서 사용했습니다.
절반의 구세주 01410, 01420 야간 정액제, 올빼미족을 양산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014XY 번호입니다. 014로 시작되는 일련의 전화번호들은 PC통신 사용자들을 위해서 음성통신보다 조금 저렴한 요금을 적용했습니다. 거기다가 야간 정액제라는 획기적인 요금제를 운영하죠. 즉, 밤9시 이후부터 다음날 8시까지는 주어진 정액 요금 (약2만원선)안에서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안그래도 올빼미족이 많았던 시절에, 밤에만 통신에 집중하는 올빼미족이 늘어났던 셈입니다. 늘 졸린 눈을 비비면서 학교나 직장으로 향하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014XY의 추억
01410 한국통신 / 하이텔, KORNET, 미래텔
01420, 01421 데이콤 / 매직콜 / 보라넷
01431 현대정보기술 / 신비로
01433 삼성데이타시스템 / UNITEL
01435 한진정보통신 / GLONET
01436 한국무역협회 / KOTIS-NET
01437 증권전산 / Inet
혜성처럼 나타난 PC통신 전용선
014XY 번호의 출현으로 인해서 어느정도 통신요금 절감은 되었습니다. 하지만, 주간에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나 회사 등에서는 속수무책..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통신요금 아끼기 위해서 밤에 출근을 시킬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1997년말에 혜성처럼 나타난 구세주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름하여 "PC통신 전용선"이었습니다. “다이렉트 천리안”, “나우익스프레스”가 그 주인공이죠. 당시에 기업용 인터넷 전용선이 최소 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가던 시절이었고, 전화요금도 10만원 넘는 것은 우스울 시절에 5만원대의 요금으로 56kbps 속도의 전용선을 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물론, PC통신 위주였지만, 당시는 PC통신이 지배하던 시절이었고, 기초적인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도록 해 주었으므로 구세주나 다름 없었습니다. 물론, 하이텔과 유니텔, 넷츠고까지 모두 전용선을 도입하게 되었죠.
10만원의 통신비를 답답하게 쓸 것인가, 5만원 정도 내고 안심하고 전용선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집의 전화선을 밤에 점유하는 경우 집안 사람들의 원성도 대단했죠. 물론, 휴대폰이 일반화되기 전의 일이니까요. 그래서, 개인 전화를 놓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이런 PC통신 전용선은 ‘삼정데이타서비스’가 법인으로 전환 후 처음 벌인 사업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 PC통신보다 야후, 다음, 네이버 등의 인터넷 서비스들이 지배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지고, 값싼 인터넷 전용선들이 나타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높은 전화비와 불안전한 연결에 고민하던 많은 회사와 사용자들 (특히 머드 게임 사용자들)에겐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서비스였죠. PC통신 전용선은 그렇게.. 전화선과 ISDN과 동시대를 풍미하면서,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이 기초가 되어서 지금의 다이렉트 호스팅, 메일나라, 다이렉트빌 등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가 탄생한 것이겠죠.
옛날 이야기를 하니, 옛날 친구들이 보고싶네요. 시원한 맥주한 잔 걸치면서 월드컵 경기나 같이 봐야겠습니다. 누가 우승을 할까요?
다이렉트 블로그
http://blog.direct.co.kr